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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끝엔 그녀가 있었다. 10회

About Me/Love Story

by 소리외쳐 2008. 2. 2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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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


릴레이 라디오 소설..정민이의 러브스토리

제4화...기다림의 끝엔 그녀가 있었다.열번째 이야기.



6년만에 찾아간 <카프카의 연인 밀레나>는...

긴생머리의 여주인도,테이블마다 촛농이 녹아내린 촛불도..

커다란 와인잔에 담아주는 체리차의 황홀한 빛깔도

모든게 그대로였다.

일렁이는 촛불너머로 세월을 비껴간듯한 세희가 있었다.

현식은...그녀에게 걸어가는 길이...아득한 꿈길같았다.

하지만 그녀 특유의 미소를 보는순간..

나즈막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분명 꿈은 아니다.

꿈속에서 만나는 세희는 언제나...등을 돌려 외면했을뿐..

한번도 웃어주질 않았으니까...

현식은..지금의 이 벅차오름을 말로 표현할수가 없었다.

할말이 너무 많아...혼잣말처럼 중얼거렸던 말들이 얼마나

많은데...막상 세희의 커다란 눈망울을 마주하자..무슨 말을

꺼내야 좋을지..막막하기만 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뒤,현식이 말했다. "고마워..."

세희가 조금은 장난스런 표정으로....되물었다.

"뭐가요?"

빨갛게 달아오른 현식이...물을 한모금 마신후...

입술을 적신다음..더듬더듬 말을 시작했다.



"어...이렇게 여기..앉아 있어준것두 고맙구...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내앞에 나타나 준것두 고맙구..

그해 그 봄에...내게 식판을 건네준거,

이메일 확인해준거...전화걸어준거...

니가 조세희인거..그렇게 예쁘게 웃어주는거..

날 기억해주는거..."

"선배님! 가만있으면...제 이마에 생긴 뾰드락지도 고마워

하실거 같은데요?"

두사람은 오랜만에 아이처럼 웃어댔고,

학창시절..둘만이 공유했던..이런저런 추억들을 회상했다.

혼자 떠올릴땐..그토록 씁쓸한 해바라기 사랑만이

떠오르더니..

둘이 떠올리기 시작하자..함께 했던 순간들이 제법 많았다.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하고..

각자의 시간들을 들려주고...그렇게 그들의 재회는 깊어가고 있었다.

까페문을 닫을 시간이라는 종업원의 말에...

거리로 나선 두사람은...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학교로 향했다.


도서관 앞..벤치에 나란히 앉아..현식이 내미는 자판기

커피를 받아...한모금 마신 세희가 놀란듯 말했다.

"어? 제가 프림커피란거 어떻게 아셨어요?"

"보통땐 프림커피지만..

시험때는...블랙커피에..뜨거운 물을 부어서 마시구...

초조할땐..앞 머리를 길게 잡아당겨서..

입술에 댔다가 뗐다가를 반복하구...

컵라면을 먹을땐...뚜껑을 세모꼴로 만들어서..

뾰족한 부분에 입을 대고..젓가락으로 호로록..."


농담처럼 말하는 현식의 미소 너머로..

웬지모를 쓸쓸함이 베어나오는걸...

세희는 아프게 바라보았다.

한남자의 따뜻한 시선을..그토록 오랜세월 외면해온

자신의 무딘감성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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