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움, 따스함, 포근함, 발랄함, 경쾌함 등의 다양한 감흥을 표현하고 손쉽게 얻어낼 수 있는 악기. 우리가 흔하게 '통기타'라 표현해 왔던 '어쿠스틱 기타'의 투명하고 경쾌한 소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풍성한 감성과 소박한 즐거움을 줬다.
어쿠스틱 기타는 피아노와 더불어 '인공적이지 않은 소리'를 대표하는 악기로 거론되지만, 연주자의 개성에 따라 천차만별의 분위기를 이루어 낸다. 대중음악계의 주목할 만한 기타 연주자들 가운데는 이런 어쿠스틱 기타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내 특유의 음악세계를 꾸며나간 이들이 많다.
얼 클루 등이 그런 뮤지션들 가운데 대표적인 이름. 그러나 클루가 들려준 청명함과는 다른 매력으로 주목을 받았던 혁신적인 인물이 바로 뉴에이지 계열의 기타 연주자였던 마이클 헤지스(Michael Hedges)다. 마이클 헤지스는 1997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고속도로에서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자동차 사고를 당해 39세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 많은 관계자들과 팬들을 슬프게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도 이제 10년.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졌지만 미국에서 그는 작곡가이자 엔지니어, 첼로 연주자, 자연주의 사상가로서 많은 어쿠스틱 기타 연주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뛰어난 뮤지션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마이클 헤지스의 음악은 장르상 뉴에이지로 구분이 되고 있지만, 그의 독특한 연주 스타일과 분위기는 여느 뉴에이지 뮤지션들과는 크게 다르다. 특히 '편안함을 주는 음악'이라는 뉴에이지 장르의 효용성과 마이클 헤지스가 연주하는 사운드와의 관계는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일 때도 많다.
독특한 개성과 강한 실험성까지 내뿜고 있어서 그의 음악은 '백그라운드 뮤직'이나 '명상음악', '집중력 향상을 위한 음악' 등의 기능성 음악으로서의 뉴에이지와는 거리가 멀다. 장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유로운 상상력과 표현력이 퇴보된 수많은 뉴에이지 사운드와는 달리 거침없는 곡 구성과 연주로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힘차고 테크니컬한 특유의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는 다른 어느 뮤지션의 작품에서도 들을 수 없는 것. 때때로 마이클 헤지스는 기타를 마치 타악기인 양 두드리기도 하는 슬래핑 주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첼로, 클라리넷, 플루트 등을 배웠던 마이클 헤지스는 오클라호마의 필립스 대학에서 플루트와 작곡을, 볼티모어의 피바디 대학에서는 클래식 기타와 전자음악을, 그리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컴퓨터 음악을 전공했다.
학구열과 음악에 대한 실험성은 그 누구보다도 대단했던 뮤지션이었음이 분명하다. 음악에 있어 분명 어떤 전형과 모범답안이라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의 연주가 증명하고 있다. 음악평론가(성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