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악 대부분의 창작품들은 서양음악과의 퓨전 형태로 작곡되어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퓨전인가? 한국 정신은 빠지고, 한국음악의 맛과 멋은 없고 서양음악의 특징만 부각된 것이 어찌 현재의 국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악기만 국악기이지, 음악은 서양의 7음음계를 쓰고 있으며, 악기만 국악기 편성이지 서양의 3화음을 쓰고 있지 않은가?
우리음악은 태생의 한계가 있다. 이 한계는 서양음악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국악기의 조율방식이 이미 서양의 평균율과는 다르다. 평균율이라는 것도 자연배음열에 의한 주파수에서는 이미 벗어난, 인위적인 조율방식이다. 왜냐하면 다성음악에서 화성음악으로 넘어가는 과정 즉, 3화음의 개념이 확립될 시점에서 3도음정의 음향적 오차를 줄이기 위해 순정율에서 평균율로 이동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12개의 조바꿈이 가능해지고, 이를 실험적으로 보여준 작품이 바하의 평균율곡집 아닌가?
그러한 평균율로 화성음악의 시대가 힘을 얻게 되었지만, 우리음악의 조율방식은 어떠한가? 중국의 삼분손익의 방식을 취하여 시작하였지만, 그것도 향악화되면서 특히, 민속악의 조율은 그것과 별도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우리 음악은 화음음악이 아니다. 굳이 화음을 국악에 접목시키고자 한다면 우리의 가락에 담겨있는 맛을 주인공으로 두고 서양의 3화음이 맞춰서 따라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국악기마다 국악에서의 성악 장르마다의 한국음악적인 특징이 있다. 이 특징을 버린다면 그때부터는 한국음악이 아니다.
아래의 음악은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서 들은 음악이지만, 한국적 소리의 특징이 잘 살려져 있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함께 한 것 같아서 여기에 올려본다. 물론 이 앨범 전체가 그렇지는 않다. 내가 맘에 든 것은 이 곡이다.
전통 시조가락의 특징(강권순 노래), 전,퇴성과 농음, 농음으로 인해 생기는 반음계적 음정, 이 반음은 우리 전통 음계인 평조와 계면조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조와 계면조는 5음음계이면서 선법적 차이를 둔다. 하지만 5음음계적 틀에서 본다면 우리음악의 전부를 이해할 수 없다. 각 지방의 토리라는 것이 있듯이...그것들을 5음음계의 틀에서 설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아무튼 이런 음악적 특징외에도 선비들의 풍류정신, 음악을 통한 자기수양 또한 이 음악에서 드러난다.
음악은 가락이 중심이 된다. 나머지 화성과 리듬의 형태는 이 중심가락을 받쳐주는 조연이다. 3화음의 반주도 잘 드러나지 않게 신디사이저의 Pad 사운드가 사용된다. 향피리의 농익은 농음은 색소폰 가락과 잘 섞여있다. 색소폰가락은 여기서 겨우 향피리 가락이나 소리가락을 흉내내려할 뿐이다.